
여행을 다녀왔다.
작은 것에 연연하지 말자고 또 다시 속으로 되뇌었다. 전보단 나아졌지만서도.
그리고 다시 평소와 다름없는 시간을, 사람들을 만나고 맛있는 음식과 술을 곁들이고, 여느 때처럼 해맑은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에서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
읽을수록, 시점이 바뀔수록, 여성, 나와 조금 더 가까운 인물들이 나타날수록 마음 한켠이 고장난 것 같았다.
그날 지금의 나보다 훨씬 어렸던 그들은, 단지 그곳에 남아야할 것 같아서 남았다. 희생 당하기 싫어서, 희생시키기 싫어서 은색 총을 들고도 쏘지 못했다.
혼이 된 그들에게 나는 감히 위로도 건넬 수 없다. 나라면 감사하다는 말도, 존경한다는 말도, 숭고한 희생 같은 단어 따위도 필요하지 않거니와 전혀 위로로 다가오지 않을 것을 알기에. (책을 읽으면 느꼈을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한번의 온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두 손을, 크지만 작았을 어깨를 따뜻하게 감싸주고 싶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으니,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대신 그 온기를 사람들과 나누겠다고. 남은 사람들을 귀하게 여기겠다고. 거대한 벽에 맞서는 사람들을 등한시하거나 치부하지 않겠다고. 적어도 함부로 말하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그날을 역사 책으로만 배운 나는 그저 옛날 이야기로, 그런 영웅같은 사람들이 있었다고, 존경스러운 분들이었다고, 그렇게 단순하게 넘겼을 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 사람들이 그저 내 옆에 있는 누구나라고, 친구, 동료 혹은 가족이라고 일깨워주는 것 같다. 아직 한 세대도 지나지 않은 1980년 그 날 밤의 일에, 우리는 너무 일찍 등을 돌린 것은 아닌가 경종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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